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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おくだひでお, 奥田英朗, Okuda Hideo 오른손으로 양치질을 하다가 신경질이 나곤 한다. 하루종일 써댔던 팔이 고정된 습관이건, 놀고 있는 왼팔이건, 대상 없이 막연한 신경질을 퍼붓는다. ...... 왼손을 생각하고 옮긴다. 순간 하나도 힘이 들지 않고 편해진다. 오히려 왼쪽 이는 닦기가 더 편하고 좋다. 하지만 힘들어 진다. 불편하고 금방 팔이 아파온다. 오른손으로 옮긴다. 갑자기 너무 고마워진다. 가끔은, 아니, 자주 왼손을 써야겠다. 뾰족한 물건을 피하는 야쿠자, 서커스 공증그네에서 떨어지는 곡예사,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의사, 1루 송구가 어긋나는 프로야구 고참, 과거의 작품에서 중복을 두려워하는 여류작가, 그리고 이들을 치료하는 이라부 신경과의사, 무조건 들이대는 비타민..

포켓 기억 2022.06.06

아버지 260mm

지난 수첩을 정리하다 문득 발견한 메모, '아버지 260mm'. 한동안 멍울지는 감정에 머뭇거린다. 돌아가신 지 5년이란 세월이 아직 실감나지 않을 만큼 당신께서는 늘 멀리에서 자리잡고 계셨던거 같다. 이제야 조금 느끼는 삶을 지탱하는 그 무게를 당연한 듯 가지고 계셨고, 조금 철든 모양의 나는 260의 범위에서 추억한다. 어쩌면 필요할 때만 느꼈던 그 당연한 존재를, 이제 그 무게를 지고 느껴 운다. 내가 당연히 흉내내고 배웠던 많은 것들을, 그 당연함에 그 당연했던 추억에 허전함을 가득 메운다.

사람과 삶 2022.06.03

노인(老人)의 방법

노인(老人)의 방법. 노년을 노년답게 보내는 방법들이 소개되곤 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편안함과 여유로 포장되지만 자의든 타의든 격리와 고독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통점도 동시에 잔재 한다. 새롭게 투입되는 젊은이들과 함께, 사회는 마지막 여정들도 끊임없이 밖으로 밀려내는 흐름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흐름은 마치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모두 같은 지역이라는 속해버려, 앞섬과 뒤따름에 구분이 없는 노인의 영역에 놓이게 된다. 그냥 노인으로 불리는 사람일 뿐이다. 노인은 어찌해야 하는가. 조만간 젊은이와 노인의 평등을 논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젊은이에게 젊은이 다움을 강요했듯이 사회는 노인에게 노인다움의 시선과 빈축을 함께 가진다. 당연한 시선으로 이들에게 깊은 생각과 사욕을 버리고 성현의 단계를 넘나드는 도의 성..

사람과 삶 2021.11.10